정치인에 대한 비난일색으로 '무능함'을 지적하는 글을 보고 난 후 생각난 것은 부유하지 않은 가정에서 부모와 그 자녀의 싸움이었다.
부유한 집안이 아닌 보통 집안에서 청소년이 된 아이가 집단에서 주변 친구들이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부모에게 달라고 하면, 보통 그 아이의 부모는 능력이 안 되어 해 줄 수 없다고 답하는게 일상적인 모습이다.
좀 철이 든 아이라면 집안 형편을 고려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아직 철이 덜 든 아이는 이런 상황에서, '왜 옆집은 그것을 갖는데 왜 나는 그것을 갖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따지는 방향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그런 교착상태가 극에 달하면 아이는 '부모가 무능하다.'는 말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엄마(혹은 아빠)가 나한테 해준게 뭐야!'라는 정말 말도 안 되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사실 부모 입장을 생각해보면 난감하다. 다음달 낼 공과금도 생각해야하고 식비도 생각해야하고, 관리비 적금도 생각하며 최대한 저축할 수 있는 부분은 저축하고 가족끼리 함께 즐길 수 있는 여유분을 마련하고, 자녀의 용돈이나 혹은 미래 자녀가 성장했을 경우에 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크니 대학 입학을 위해서 돈을 조금씩 모아두면 한달 재정이 빠듯하다.
그런데 아이가 갑자기 찾아와서 전혀 필요하지도 않는 것을 옆집 친구가 갖고 있다고 해서 자기도 갖고 싶다고 해서 조르러 온다. 얘한테 이걸 한번 사주면 다음번에 똑같이 조를때 뭐라 할말도 없고, 굳이 얘한테 이걸 사줘야하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물론 여윳돈이 많이 남고 정 아이가 갖고 싶다면야 사랑하는 아이인데 안 사줄일이야 있겠냐만은, 그렇지 않은 사정이기에 얘가 조르는 것을 거절했다.
이 아이가 그 다음에 하는 말이 가관이다. 가족의 장기적인 재무적 상황을 고려하기 위해서 아끼고 식비 의류비 학원비 용돈등과 같이 이미 정기적으로 아이에게 지출되고 있는 비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그것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한테 하는말이 '엄마(아빠)가 자기한테 해준게 뭐야!'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내가 저 나이될때까지 먹이고 키워놨는데 키워놓은 애가 고마운거 하나도 모르고 당연한 권리처럼 생각하면서 내가 해준건 전혀 생각 안하고 하는 말이 '당신이 나한테 해준게 뭐냐'와 같은 이상한 투정이라니. 아이한테 인정도 받지 못하는 재정지원을 지금 부모는 아이한테 하고 있는 것이며, 최소한 그런 부분에서 아이한테 해주고 싶은 최대한을 하고 있는 부모에게 기껏하는 말이 '엄마가 나한테 해준게 뭐야'라니.
가족의 경우라면 최소한 가족공동체로 묶인 집단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몇번 지속적인 싸움이 있어 묶여야는 있겠는데, 가족을 넘어서서 국가라는 공동체라면 어떨까?, 국가 정치인들에 대해서 '이런 투정'을 반복적으로 부린다면 어떨까? 국가 정치인들이 과연 국가의 안정적인 체제유지를 위해서 노력할까 아니면 순간의 국민들의 만족을 위해 장기는 생각 안하고 단기의 인기영합적인 말만 주구장창 뽑아낼까?
이것은 신뢰와 이해의 문제이다. 아이가 최소한 정상범주에 있다고 여겨지는 부모의 행동에 대해서 선의의 추정과 신뢰 그리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했더라면 아이는 '엄마가 나한테 해준게 뭐야'같은 정말 말도 안되는 말을 하지 않았을수도 있고, 부모를 오히려 이해한다는 듯한 발언을 했더라면 오히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을 믿어준다는 신뢰감 때문에 더욱 열심히 일하고 굳이 분쟁까지 가지 않고도 아이가 원하는것을 들어줄 수 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부모는 아이를 끝까지 도우려 할 것이고, 아이는 그런 부모의 지원아래 앞으로 더 긍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그런 신뢰와 선의추정 이해의 문제를 전면적으로 배척하고, 불신과 맹목적인 혐오 그리고 무능이라는 말을 쏟아내면서 나에게 최소한 악의가 아닌 사람에게 무조건 공격적인 말만을 내뱉는다. 조롱과 풍자를 일삼는다. 이것은 과연 성숙한 행동인가?
성장이 있기 위해서는 희생이 있어야 한다. 태어날 때 어떤것도 갖고 태어나지 못했으며, 죽은 후에도 어떤것도 갖고 죽지 못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자명한 것은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희생해야한다는 점이다. 이 가장 자명한 것을 배척한 상태에서, 끊임없는 성취만을 말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 사람이 천국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게 아닌가? 할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