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사학과 친구들에게는 광역 어그로가 될 수는 있는데, 나는 다음의 4가지로 해석의 층위를 구별한다.

1. 현재 자신의 의식에 대한 해석
2. 자연과학적(논리)적 해석
3. 경험을 통한 현실에 대한 해석...
4. 역사적 해석

1에서 4로 갈수록 그 fancy성이 강해진다고 나는 보통 보는데, 기록이나 유물을 통한 이해는 기록이나 유물에 대한 이해라고는 볼 수 있겠지만 그 기록이나 유물이 있었다고 '추정된 시기'에 대한 엄밀한 이해를 동반하기는 어렵다고 나는 생각함. 이것은 현준이 형하고도 이야기 했었던 문제고 보람이 형하고 이야기 했던 문제인데, 역사에 대한 문제는 사실 '실증'에 대한 믿음은 가능하지만 실증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까깝다고 볼 수 있다고 봄.

예를 들어 현재 화석으로 발견되는 공룡 뼈들의 모양으로 공룡에 살을 붙여 공룡의 모습을 추정하고 공학적으로 추정한 지질연대 분석을 통하여 그 당시의 생활 환경을 추정하는 정도로 '그 당시에는 이럴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상황을 경험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함.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시간 여행'이 가능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간 여행이 가지고 있는 물리적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어야 하고 인식의 동일성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어야 할 테니까. 결국 사료에 의한 'Fantasy'의 문제로 밖에 이어질 수 없음. 과거의 모든 사실 중에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실들은 필연적으로 상상의 과정이 동반될 수 밖에 없고 그것은 경험보다 더욱 엄밀하지 못하고, 흔히 '간접적 접근'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봄.

대체적으로 나는 크게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도 구분하고, 간접 경험이나 직접 경험도 시간 흐름에 따른 흐릿함과 희미해짐에 따라서 그 해석의 농도를 구분하는데, 예를 들어 현준이 형이 '김효영이 어제 밥을 먹었어'라고 김효영이 아닌 A에게 진술했다고 했을 때, 이 사실에 대해서 현준이 형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한 대체적으로 사람들은 그 진술에 해당하는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을 것이라고 믿고 그 가능성은 꽤 높다고 볼 수 있음. 하지만 '100년전에 사람 B가 죽었어'라고 말했을 때는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방식은 공학적 방식이거나, 혹은 유물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인데. 그것도 건너 건너 하는 방식이라서 그것에 대한 '확신'을 받는것도 사실은 쉽지 않음.

또 직접적 경험에 대한 경우에도 '나는 지금 타이핑을 하고 있다.'의 진술과 '나는 어제 타이핑을 하고 있다.'의 진술이 가리키는 경험의 대상은 '어제 타이핑을 하고 있음'에 대한 회상이 더불어 발생해야 함으로 이것도 해석의 문제로 빠지게 됨. 그리고 그 정확성은 지금 진술하는 것에 비해서 그 해석의 농도는 더 짙어질 수 밖에 없음.

그런 고로, 역사적 사실이라고 하는 것은 직접 경험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혹은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에게 있어서도, 이미 지금 문제보다 매우 '높은 '해석의 농도'를 가질 수 밖에 없음. 그 과정에서 대상에 대해서 온전하게 어떠한 경향성이나 관계를 꺼내올 수 있다는 것은, 그것들을 가지고 하는 논리적 게임의 결론일 뿐이지 '실제로 그럴 것이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 뭐 이런 논리대로라면, 사학쪽은 나쁘게 말하면 과거에 발생한 사실이 온전히 있을 것이라는 확고한 근거 없이 사학자들 나름대로 해석한 담론들만 뿌려대거나 아니면 어떤 추상적인 담론을 추앙하는 광신도라고 말할 수 있겠고, 좋게 말하자면 현실을 해석하기 위한 유의미한 해석들을 자신의 나름대로 구성하는 사람들? 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봄.

그래서 나는 유물론에 대한 해석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자신이라는 한계(limit)'에서는 의미 있다고 보지만 그걸 넘어서서 '진짜 그러해'라고 말하면 이거 참 난감한 일.

 

Posted by 종합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