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제시한 선호-관계에 대해서 좀 더 보완해서 설명하기로 해보자. 과거 나는 타자와의 관계에 선행하여, '선호'라는 것을 통하여 대상을 지향한다고 말한 바 있다.(정리하자면, 선호를 통해 대상을 지향한 이후에야 타자와의 관계가 성립된다.) 예를들어 나는 어떤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적이 있는데,
"나는 당신을 세가지 이유로 선호합니다. 하나는 당신이 나를 '이해해 줄 수 있다'는 기대요, 다른 하나는 '외모'요 마지막 하나는 당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쾌감'입니다."
내가 이것을 왜 이런 방식으로 설명했는가에 대한 이유를 말하자면, 나는 나와 관계를 맺는 타자와 동일한 이유에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내가 남과 동일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타자가 나와 '동일한' 관계를 유발시키는 생각을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왜냐하면 ...타자와 내가 '친구'라고 말하는 것의 그 의도가 동일하지 않다면, 그 친구는 '동일한 친구'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따라서 엄밀하게 같은지 다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 그 사용된 단어 '친구'가 서로 말하는 같은 친구라고 할 수 없다면, 그 관계는 각자의 방법으로 구성되는 같거나 다른것으로 말할 수 없는 그저 형식적인 의미에서의 '관계'에 불과할 것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혹은 알 수 없다면 내가 설령 타자와의 관계에서 '너와 나는 친구'라고 말하는 가운데나 혹은 '너와 나는 연인'이라고 말하는 가운데서도 그 '친구'라는 말과 '연인'이라는 말은 서로 다른 의미에서 사용되는 '친구'나 '연인'이 될 것이며 그것은 거죽에 불과함에 분명할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관계에서 내가 친구나 연인이라는 것은 서로 동일한 방식으로 지향하는 것이라고 하기 보다는 서로의 일종의 어떤 '선호'가 상대방을 지향하는 것의 합으로 구성된 토대 위에서 시작한다고 보는데, 여기서 이 생각이 간과하고 있었던 점은, 관계 이후에는 어떠한 형식의 관계의 재정립이 발생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맨 처음 타자를 볼 때 나는 분명 대상을 선호를 통하여 지향함은 분명하다. 예를들어 나의 선호 중에 앞에서 언급했던것과 같이, '이해함'의 속성이나 '잠재적 쾌감' 혹은 '외모'등과 같은 선호를 가지고 있고 그에 해당하는 사람을 통하여 내가 관계를 구성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선정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발생하는 경험은 마치 그런 '선호'위에 눈과 같이 쌓여져 일종의 모양을 이루고 대상에 대한 경험을 그 위에 쌓아올려가며, 경험적으로 관계를 차별적으로 구성하게 된다.
쉽게 생각해, 가까운 누군가가 사라졌을 때 느끼는 소원함과 별로 왕래가 없던 사람의 사라짐에서 발생하는 소원함을 비교할 때 전자의 '소원함'의 크기가 더 크다는 사실은 나는 경험적으로 안다. 서울역 지하철 거지의 죽음에 비해서 나는 나의 아버지의 죽음을 가정할 때 내가 매 순간 집에서 느낄 허전함이 거지의 죽음보다 크다는 것은 난 분명히 확신한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난 왜 선호를 통해서 대상과의 관계를 설정한다고 했을때 아버지에 대한 상실에서는 이렇게 허전함과 상실감 혹은 그와 유사한 고통을 느끼는가에 대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그런 서로를 선호하는 관계는 일차적인 만남을 이루는 최소한의 요건이라고 생각하며, 경험이 만들어낸 일종의 페티쉬적 선호의 위에 반복적인 교류를 통하여 경험을 구성하고, 그 경험을 통해서 얻어낸 지식이 또 다른 선호를 복합적으로 구성하는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관계를 유지하고 그 관계를 더 치밀하게 하는 과정은, 끊임없이 새로운 선호를 형성하는 과정이고, 그 선호의 근원이 '앎'이라고 한다면, 결국 이것을 유발시킨 대응물의 상실은 이 '의지'들의 지향하는 근원의 상실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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