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5. 7. 20. 10:40

창문을 타고 들어온 아침에 문득 잠에서 깨었다. 밤새 죽은채로 누워있던 산송장의 눈꺼풀에 쌓인 먼지를 부비적거리며 걷어내고 회색빛으로 가득찬 하늘을 발코니에 조용히 앉아서 지켜본다.

텁텁하다.

마치 변비에 걸린 모양새로 하늘을 채우고 있는 회색빛 구름은 비라도 한바탕 쏟아내려야 사라져 싱그러움을 되찾을 것만 같다. 구름을 계속 보고 있자니 속이 더부룩하여 배를 쓸어내렸다. 담배는 원래 피우지 않지만 담배라도 피웠으면 좋겠다.

'담배라도 피웠으면 좋으련만'이라 혼자 주절거리며 다시금 책상에 앉는다.

등 뒤에 쌓여있는 오래된 교과서들은 마음속에 쌓인 시각화 된 고통만 같다. 매일 매일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검은건 글자요 하얀건 백지요하며 지냈지만서도, 어느새 머릿속의 검은 글자는 pdf파일의 형식이 손상되어 드래그 안 되는 스캔이미지의 글자와 같이, 도무지 정신이라는 마우스로는 드래그가 안 되어 그대로 스캔해서 조감해야 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보고 또 보았지만서도 내 머릿속 검색기능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지 머릿속에 쌓아두었던 글자를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 지식들은 유용한 지분으로 머리를 차지하고 있는게 아니라 배드섹터같이 머릿속에 있어,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것 같기도 하며 나에게 다가온다.

분명 제대로 공부하고 들어갔다고 생각했다는 확신을 나에게 주었던 내 기만적인 두뇌는 배드섹터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해, 시험장에만 들어서면 나날이 새롭고 나날이 아는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만 같은, '이 문제, 정말 잘만들었구나'거나 '교수님 문제에 공을 많이 들이셨네 :)'를 속으로 되뇌이고 실없이 웃으며, 시원하게 시험을 망해버리는 것이다.

답답하다. 부담감이나 불편함이 마음속에 어둡게 깔리듯이 자리잡고 있다. 담배를 피우면, 담배 연기에 실려 마음속 근심이 달아날지 궁금한 까닭일지. 담배를 피워보고도 싶다.

비야 오너라. 비야 오너라. 먹구름을 걷어내는 비야 오너라. 내 마음에도 비가 와 마음을 어둑어둑히 쌓아 앉은 근심의 먹구름을 닦아내어라.

대지에 내리며 모든 것을 씻어내려가는 비처럼. 나에게도 해우의 비가 왔으면..
Posted by 종합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