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5. 6. 14. 13:11

기말레폿 쓰다가 생각난 단상 A

왜 사람들은 오래살고 싶어하는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는 살아감에 따라서 끊임없이 '고통'을 겪는다. 끊임없이 불만족을 겪으며, 이런 불만족의 경우 감각에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은 좀 더 원초적인 고통으로, 좀 더 고차원적인 어떤것은 성취하지 못함에 대한 고통으로 찾아온다. 이 가운데 어떤 '불만족'은 '만족'의 상태로 바뀌기도 하지만, 어떤 '불만족'은 끊임없이 '불만족'스럽다.

배고픈 상태에서 밥을 먹지 못하면 불만족은 격화되고, 2일 3일간 밤을 샌 상태에서 잠을 자지 못하면 그 또한 불만족스럽다. 이런 불만족스러움은 신체변화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매일매일 불만족의 상태에 직면하나, 매일매일 그것을 만족하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 가운데, 선택하는 차선의 방식은, 그나마 만족스럽지는 못하나 불만족스러움을 추스리기 위한 '평정'의 상태로 나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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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을 찾고, 더 맛있는 것을 찾으면 찾을수록 평정에 도달하기란 어려운 문제이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더 높은 무엇인가를 달성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운데 다가오는 성취하지 못함에 대한 불만족은 처음에는 그나마 달성할 수 있는 것에서 결국 달성할 수 없는 것으로 나아가, 해소할 수 없는 불만족에 직면시키곤 한다.

내가 보는 삶은 결국 불만족의 연장이다. 끊임없이 고통에서 도망치려하나 다시금 고통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성취감이나 만족은 단기간의 평정 혹은 그 조금 이상의 것만을 제공할 뿐, 결국 다시금 불만족과 고통의 상태로 스스로를 내몰게 된다. 매순간 고통의 감각에 격노하지만, 순간의 평정이라는 눈먼 희망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끊임없는 상처 가운데서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처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적은 평정을 얻을 뿐이다. 배고픔 자체를 제거할 수 없으며, 진정한 쾌감과 관련 없이 위에 무엇인가를 쑤셔넣어 포만감을 느끼고 평정을 찾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생명연장의 꿈을 갖으며 오래살고자 하는가?, 그것은 마치 독한 감기에 걸려 호흡이 곤란한 상황에 도달하자, 그 고통이라도 줄여보고자 항생제를 먹고 진통제를 먹는 그런 것. 극심한 고통, 그것에 대해 직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유발하는 것은 아닐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만류하곤 한다. 죽음이라는 것은 과격한 선택으로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미칠 수 있다고 만류하거나, 혹은 생명이란 귀중한 것으로 쉽게 버려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그런 종류이다. 하지만 죽음 이후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결코 만족될 수 없는 현실의 불만족, 고통이 단순간에 끝날 수 있다는 그런 매력적인 제안은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다.

'단 한 순간의 고통이다.', '한 번이면 모든 것이 끝이난다.' 와 같은 고통에서 스스로를 벗어나게 만들 수 있는 제안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죽음의 고통에 비해 삶의 고통이 극심하다는 것의 징표가 아니겠으며, 더욱이 그 삶의 고통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무엇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겠다는 매우 탁월한 결정이다.

많은 사람들은 자살을 만류하곤 한다. 무책임한 행동이라 비난하거나, 혹은 고통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충분히 아름답지 않냐하며 죽음을 만류하곤 한다. 하지만 결국 그 고통이라는 것이 끝이 없을 것임을, 또한 삶을 행복이라 부른다 하나, 결국 그 행복이라는 것도 간헐적으로 등장하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순간의 행복'이라는 이름의 가리개로 막아 고통을 완화시키는 마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매순간 스스로에 대한 자기위안에서 느끼곤 하는 것이다.

도덕적 윤리적 문제로 그들의 '자살'을 응원하지는 못한다. 허나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그들이 행했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의 '용감함'을 높게 평가한다.

Posted by 종합유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