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올리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플랜카드를 보고 지나가면서 코웃음 쳤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영리법인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잘 지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들은 임금이 체불되어 노동부에 진정되는 경우는 있어도 대체적으로 그들은 5,580원 이상은 준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되는 쪽은 어디인가? 소규모 영세 자영업자이다.
내가 치킨 하나를 구매하여 먹을 때, 그 치킨의 가격에는 단순히 생닭의 가격이나 염지 등의 가격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다. 보통 치킨가격의 산정 방식은 생닭과 기타 밀가루 같은 직접재료비용만 들어간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원가의 산정은 직접재료비용, 직접노무비용, 제조간접비용, 판관비, 영업외순비용, 특별이익 특별 손익, 기타세액 등의 합으로, 총 매출액에서 당기순이익을 차감한 금액을 판매량과 유형자산의 감가상각 등을 고려한 이후 최종 값에 이익률을 가산하여 산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BBQ의 치킨에는 단순히 생닭의 가격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주방도구의 가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프렌차이즈 비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치킨집을 운영하기 위한 전기세와 기타 수도세도 포함되어 있다. 상품을 구매할 때 구매자는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그 상품의 가격에는 분명 의사결정의 과정은 다르나 미스에이 수지를 광고로 캐스팅하기 위해서 포함된 광고비가 상품의 가격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상품을 구매한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 단순히 상품 자체만을 구매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구매자는 거래시점에서 암묵적으로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서 투입된 것들에 대한 종합적인 결과물에 대한 인수절차를 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투실한 굽네치킨 다리 하나를 구매하면서 당신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암묵적으로 단위 닭다리 당 투입되는 비용인 광고비, 유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한 것과 같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는, 자영업의 경우에는 다른 업종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이다. 누구든 두 손만 있고 프렌차이즈 회사와 전화하여 계약할 수 있는 두 손과 두 눈 두 귀가 있다면(설령 없어도 가능할 것이다.) 그들의 기술을 이용하여 치킨집을 차릴 수 있다. 이것은 카페도 마찬가지고 빵집 역시 마찬가지이다. 회사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노년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일을 해야한다. 그런 가운데 노후에 쓸만한 기술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밥벌이가 될 만한 것을 찾는 가운데 보통 하는 것이 이런 ‘요식 서비스업’이다. 기대수명이 팍팍 늘어가는 형국에 사회에는 이런 퇴직자들이 끊임없이 공급된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수익이 기대된다는 말에 현혹되어 너도나도 이런 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떻게 되느냐, 말 그대로 포화상태가 된다.
1000세대가 살고 있는 주거지역에 편의점 포함 슈퍼마켓이 다섯 개다. 치킨집이 여섯 개고, 빵집이 세 개다. 하지만 1000세대의 소비성향에는 한계가 있고, 소득에 일부를 치킨을 먹는데 사용한다 한다면, 1000세대의 치킨 수요를 6명이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또 이런 가운데 6명이 나누어 가지는데서 그나마 각 치킨집이 잘 되는게 아닌데 잘 되는 것처럼 보이면 또 새로운 치킨집이 들어오는 것이다. 새로운 치킨집이 들어오면 손익분기점에 거의 닿아 있는 남은 여섯 개의 치킨집은 7개가 되었음으로 각자가 배분받는 파이는 더욱 작아지게 되고,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출혈경쟁으로 돌입하면서, 다른 치킨집이 그런 출혈경쟁에 못 견디다 못해 나가기를 바라는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출혈경쟁을 할 때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가, 애초에 직접재료비는 건드릴만큼 건드렸다. 나가는 치킨의 량을 더 줄였다가는 사람들은 치킨을 먹지 않을지 모른다. 제조간접비인 조리도구나 전기세 수도세는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게 아낀다고 해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하는가, 그렇다 점주 스스로 자기착취를 하는 것이다. 더 오랜시간 일하고 더 오랜 시간 치킨을 스스로 구우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다가는 얼마가지 않아 점주 스스로가 병이 나서 병원비가 더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점주는 이제 두 가지 기대가 남은 것이다. 하나는 경기가 호황이 되어 사람들의 소비가 더욱 커지기를 기대하거나 혹은 새로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여 더욱 열심히 일하여 다른 가게의 손님을 뺏어오는 것이다. 그것이 ‘비가격 경쟁’이다.
하지만 비가격경쟁도 처음에는 잘 먹혔을지 모르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대도 같은 방법을 쓰니 비가격 경쟁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늘어간다. 이후에는 배보다 배꼽이 큰데, 비가격경쟁을 하지 않으면 구매자가 줄어드니 이제 비가격경쟁도 내부화 되었다. 골치 꽤나 아프다. 비용은 늘어만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투자한 비용만큼은 뽑아야 이 가게에 퇴직금을 모조리 넣었는데 퇴직금은 뽑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며 출혈경쟁을 계속한다. 그런 여러 비용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조절할 수 있는 비용은 직접노무비밖에 없다. 아르바이트생에게 줄 임금이라도 어떻게든 낮춰보아야 그나마 출혈경쟁은 안 할 것 같은데, 아르바이트생은 자기 받는 것도 적다고 낮출 생각을 안 한다. 이건 해결책이 없다. 알바비가 2일에서 3일만 밀려도 아르바이트생은 노동부에 진정서를 넣겠다고 협박한다.
그런데 이게 뭐다.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한다. 투자금도 회수도 못하고 대출금은 늘어간다. 근데 비용을 더 늘리겠다? TV에 나오는 저 혜리라는 년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고작 5,580원이라고 그런다. 시급 100원이 오르면 명당 8시간 기준 명당 20,800원을 더 줘야한다. 고스란히 20,800원은 내 빚으로 늘어난다. 200원이 늘어나면 41,600원이다. 1명이 아니라 2명 혹은 셋이면, 41,600원이 2배 3배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83,200원이 되고 124,800원이 되고 그런 것이다. 나는 출혈경쟁해서 라면 하나 끓여먹기도 힘들게 사는데 124,800원이라니, 순이익 대비 그것이 정말 ‘쬐끔’인가?
최저임금제 근처에서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이렇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사단 법인은 애초에 5,580원 근처에서 임금을 주지 않고 노동 강도와 전문성을 고려하여 그 보다는 더 준다. 대개 5,580원 근처에 임금을 주는 사람들은 비전문적 단순 노동에 해당하는 직종이고, 그것은 대개 편의점 치킨집, 피자가게 등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인상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이런 소규모 영세상인들이다.
어떤 이유가 되었건 최저임금을 올린다면, 결국 국내에 이렇게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자신들의 투자금을 상실하고 길바닥에 떠밀리게 되거나, 빚이 쌓여 한강다리 가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최저임금 300원이 적은금액이라고 생각되지만 제 살 깎아먹기식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300원은 무엇보다 큰돈이다.
누군가의 관점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좋아보일지 모른다. 저기 호주에서는 1만원씩 준다는데 왜 한국에서는 1만원씩 못 주는지 질문할지도 모른다. 한국도 호주 따라가면 된다고 지랄발광을 한다. 하지만 한국이 어떤 구조에서 호주와 다른지 그들은 알지도 못한다. 아니 알려고 하지를 않는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이익만을 채우면 되고 그로 인해서 발생할 자영업자들이 길거리로 몰려나가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관점에서는 같은 국민이 아닌 악덕 점주일 뿐이다. 최저임금을 올려서 발생할 문제는 나몰라라하고 최저임금이 오르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혹자들은 말할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것은 그들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것을 감수해도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역으로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왜 너희들은 5,580원 짜리 저급여 알바를 선택했느냐, 애초에 5,580원짜리 저급여 알바를 선택하지 않고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뛰면 돈을 더 주는데 그런 ‘저급여’알바를 선택했느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