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아저씨. 판례법, 규범, 퓨어리틱
1. 판례에 근거하여 일관성 있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법학자의 소신을 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판례의 해석 자체도 분명히 의미가 있는데, 이것을 적용하는 이유가 만일 순전히 '경제성'이나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서라면 그것은 적절하게 설명되는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법을 집행하는 자라면, 성문으로 된 법은 필연적으로 해석되어야 하는 것임을 알 것이며, 항시 매 상황에서의 '판단'의 한계적임을 인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법학자는 '어떻게 현상을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하여, 자신의 지식에 근거한 최대한도의 적절한 현상 분석을 해내고 이에 합당하게 규범의 적용을 해내어야 할 것이다.
만일 기존의 판례가 보여주는 바가 그 정당성에 있어서 의심할 여지 없이 매끄럽게 제시되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참조하는 것은 물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당성에 있어서 의문을 제기할만한 여지가 있다면, 그 판례를 보완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해야함은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말해, 내가 보는 판례를 따르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성이나 일관성이 아니라, 판례에 제시된 논리적 추론과정이 매우 긴밀하고 비록 한계적이나마 현실을 잘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겠다.
그 과정에서 법은 규범의 집행으로 기능을 하지만, 규범과 온전하게 일치하지 않음을 주의깊게 생각해야하며, 쓸데없는 자기연민으로 법의 행위를 그르치는 것은 법을 집행하는 자로써의 '자격미달'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것은 법학자가 아니라 법학자와 다른 이질적인 것이 결합한 키메라다. 순수 법관이라고 말할 수 없다.
2. 나는 오랜기간 법을 공부하지 않아서, 법의 심도있는 이해가 있지는 않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이재상 선생님의 책을 보며 감탄을 하고, 혹은 여러 법철학자들의 해석에 대해서 감탄을 하며,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들을 상상하며 더욱 스스로를 채찍질하려고 하는 편이다. 인식의 토대일반이 구조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학문이든 그 학문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어떤 법해석도 사실상의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화재가 난 가옥 안에 있어 빨리 탈출해야 자신의 목숨을 구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어떠한 방법이 제일 안전하고 상처없이 나가는가에 대해 긴 시간 고민하는 것은 스스로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본다면 그 사람은 바보같다고 사람들이 일컬을 것이다. 어떠한 방법을 택해야 그 재난 가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가의 문제는 화재현장이 아닌 곳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법학이 직면한 재문제들에 대해서도, 사실상 긴급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선택에 직면하게 되고 그 선택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한계적 합리성을 이용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한계적 합리성에 얽메여 매 순간의 선택을 현재의 변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한계적 합리성만을 그대로 따르려고 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말하겠다.
3. 약 20 분전에 조국교수에 대해서, 그 사람은 살아 행동하는 실천지성이 아니라, 흑화한 실천지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뭐 논란이 될만한 평가라고 보기 때문에 해당발언은 철회힌다.
4. 어제 김민석이가 했던 말에 약간의 보강을 해주자면, 2차 세계대전 전쟁 발발의 주범은 누구냐?고 물었을 때, 그것을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히틀러'를 떠올리며, '히틀러가 주범입니다!'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행위의 책임을 물음에 있어서 개인의 행동에 의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은 개인의 행동으로 '귀속'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면 도둑질로 인해서 물건의 장소가 이동되었다고 한다면, 그 결과에 대한 통상적 원인은 '도둑질한 개인'이다. 개인의 행동을 넘어서 집단의 행동으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을 귀속시키는 것은 그 집단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실상 어렵다. 예를 들어 전쟁과 같은 경우는 다수의 집단 행위가 동반되고, 그 전쟁에 동원된 개인들은 모두 개별적인 사건을 발생시키며 각자가 각자의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모든 행위에 대한 책임을 '우두머리'나 '허수아비'가 진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대타 내세우기에 지나지 않으며 단순한 형식적 관계로 인해서 책임을 지지말아야 할 사람에게 과중책임을 지우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히틀러도 이와 마찬가지인데, 전쟁을 비롯한 전쟁의 모든 결과의 책임이 히틀러와 하이히만 괴벨스에게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다. 쉽게 단언하여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나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