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추 2015. 4. 15. 00:45

1. 예상하지 못한 책을 추천하는 운동(?)에 제가 태그가 되어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그다지 많은 책을 읽은것 같지도 않고, 지식이 짧습니다만 소박한 지식이나마 읽은 책들 중에서 기억 남는 10권의 책을 선정하여, 제가 한번 참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규칙: 이 글을 보시고 나서 몇 분 동안이나 너무 오래, 그리고 복잡하게 고민하지는 마세요. 꼭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위대한 문학 저작만을 고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어떻게든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들을 고르면 됩니다. 그리고 나서 '저를 포함한' 10명의 친구들을 태그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여러분 리스트도 볼 수 있게 말이죠

1. 순수현상학과 현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이념들 (Ideen Zu Einer Reinen Phanomenologie Und Phanomenologischen Philosophie) , Husserl

후설의 저작입니다. 대중적으로는 유명하지는 않은것 같으나, 학술적으로 따져보자면 '나름(?)' 20세기 초중반에 이르는 기간의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의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본 도서 중 1권의 경우 과거 세미나에서 다룬바가 있으나 당시의 경우에는 그 내용에 대해서 그다지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고, 후설 특유의 '더럽고 복잡한' 문체와 주의집중하여 따라가지 못하면 발생하는 생소한 개념어의 홍수로 인해 흥미는 있으나 쉽게 접하기는 힘든 책이었습니다.(물론 후에 시간 여건이 되어 자세히 고민해보기야 했습니다.)

해당 저서에서 본인은 저자가 인간과 현상(현상에 대한 개념이 중요합니다.)간의 관계를 꽤 긴밀하고 노련하게 다루고 있다고 봅니다. 인간에게 관찰가능한 것이 대상이 본성이냐, 아니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감각능력을 대상에 투영함으로써 발생하는 구별됨이냐 에 대한 부분도 주의깊게 다루고 있다고 보입니다. 세계를 괄호치고 그 괄호친 세계에 대해서 접근하기 위한 인간 지각이 어떠한 속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대해서 여러 방면으로 접근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한 저작이라고 생각됩니다. 독아론적인 인식에 대해서 연구하고 계신 분들이 탐독하시기에는 좋은 저작이라고 봅니다. 본 글의 목적은 소개이기에,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습니다.

2. 확실성에 관하여, 논리 철학 논고, 철학적 탐구 (Zettel, Tractatus Logico-Philosophicus, Philosophische Untersuchungen), Ludwig (Josef Johann) Ludwig Wittgenstein

개인적으로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 논고'를 시작으로 '청색책 갈색책', '철학적 탐구'를 흥미롭게 읽었던 사람이며,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 약간 광적 집착이 있는 본인이 해당 저서들을 배제한다는 것은 본인에게 큰 영향을 준 책을 기술하는 본 글의 취지와 근본적으로 맞지 않음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이건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책의 단락단락마다 쓰여진 잠언과 같은 느낌의 글귀를 보면서 생각에 잠기다 보면 꽤 즐거운 유희를 즐길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3. 데미안 (DEMIAN) ,HESSE

헤세의 저작중에는 개인적으로 데미안과 수레바퀴 밑에서를 좋아합니다. 싯다르타나 유리알 유희도 좋아하는 편이지만, 싯다르타의 경우에는 편하게 읽기가 쉽지 않은 것 같고, 데미안과 수레바퀴 밑에서를 먼저 접한 사람의 경우에 유리알 유희를 읽는 것은 살짝 지루한 감이 있다고 봅니다.

데미안은 싱클레어, 수레바퀴 밑에서는 한스 기벤라트가 주인공입니다. 데미안의 경우에는 알을 깨고 나온 아브락사스(?)와 같은 말로 표현하고 싶고 시대의 변화라는 큰 그림을 그려냈다고 본다면, 수레바퀴 밑에서의 경우에는 청소년들이 통상적으로 성장과정에서 겪을 수 밖에 없는 고통들에 대해 자신의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꽤 긴밀하게 서술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헤세의 저작의 특성은, 헤세는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자전적 소설을 대개 씁니다. 그 소설에서는 그가 부딪친 고민이나 갈등에 대해서 꽤 현실감있게 서술되어 있지요. 그리고 그는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소설을 쓰고 그 소설 속의 주인공에 대한 결말을 제시함을 통하여 일종에 성찰을 행합니다. 어렸을 때 우수한 학생이었던 헤세가 수레바퀴 밑에서의 주인공 기벤라트와 같이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여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자살까지 생각하나, 수레바퀴 밑에서를 저술하면서 한스 기벤라트의 비극적인 죽음을 제시하면서 소설속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삶의 의욕을 얻는다던지와 같은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을 헤세의 일생과 비교해가면서 읽는것도 헤세 작품을 읽는 방법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며 꽤 즐거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 자유의지론, Saint Augustine

개인적으로 서양중세철학 학점이 바보인 사람이 성 어거스틴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우습긴 합니다만,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유의지론'이 보여준 갈등을 가진 인간은 상당히 인상깊습니다. 인간은 왜 악을 행하려고 하며, 갈등을 겪는가에 대한 논의이기도 하고, 후에 의지계열쪽과 긴밀한 연관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에서 고전적 합리와 현대 경제학에 제시된 '행동경제학'내에서의 제한적 합리에 대한 스콜라들의 연구에 꽤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 경제분석의 역사, (History of economic analysis), Schumpeter

보통 저는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 전공과 관련된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이 책을 꼭 추천합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급으로 제가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입니다.(막스 베버는 사회과학에서 필수입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경제와 관련하여 제시되었던 사람들의 논의를 시대별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11~12세기 수도승들이 경제학을 연구했었다는 사실은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를겁니다. (^^..) 현대 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모형 이론들이 어떠한 논리로, 어떠한 '산고'를 거쳐서 나왔는가를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의 경우에는 관련된 부분에 대한 '각주'가 잘 되어 있어, 분석 논문과 비교해가면서 볼 수 있는데, 최근 인쇄된 것의 경우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6. 회계학 원론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회계학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또한 바보같은 것 같습니다. 경제학이 이론적이라면, 회계학은 실무적입니다. 수치화된 자료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단순히 피상적으로 대상을 접근하는 것을 넘어서서 왜 그들이 그런 논리를 갖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습니다. 물론 회계에도 관리 회계가 있고 원가 회계가 있으며 정부회계가 있고 연결회계가 있어서 그 부류는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 모든것을 추천해드릴수는 없습니다만, 최소한 원론이라도 알면 좋습니다.

회계를 알면, 과자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에 대해서 이것이 기업이 폭리라고 말하는 엉뚱한 말을 안 할 수 있고, 주변 음식점의 가격이 원가는 상승 안하는데 왜 지속적으로 판매가격이 올라가는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업이 어떠한 논리로 해당 정책을 채택했는가를 이해할 수 있으며, 높은 수준으로 기업 행동 분석의 정밀성을 구조할 수 있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안 할 수 있습니다.

7. 군주론 (Il Principe), Niccolò Machiavelli

정치경제적인 부분에서 개인적인 성향을 말하자면 본인은 파시스트에 가깝습니다. 물론 여기서 파시스트라는 말은 흔히 알고 있는 그런 파시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사회주의 계열에서 오독하는 파시스트가 아니라 파시스트에 대한 다른 정의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국가주의적입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군주론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합니다.

군주론의 마키아벨리는 비도덕적인 행동들에 대해서 목적에 따라 허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알려져 있어서, 일부 책을 읽지도 않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 '도덕원칙'을 따르지 않아도 됨을 말하는 비도덕적인 인간이라고 욕을 먹긴 합니다만, 이 부분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시대사적 측면과 그 책을 읽으면 그가 말한 '비도덕적인 행동'들에 대해서 그것이 '전략적인 행동'인지 아니면 순수하게 '비도덕적인 행동'인지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마키아벨레는 르네상스시대에 온전한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 군주들이 가져야할만한 '능력'에 대해서 언급한 사람이지, 비도적적인 행동을 우선시 한 사람이 아닙니다.

8. 나의 투쟁, (Mein Kampf), Adolf Hitler

개인적으로 아돌프 히틀러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나치가 홀로코스트의 대명사고, 나치의 대표 수장격이 히틀러다보니 히틀러가 욕을 많이 먹는데, 히틀러의 생애와 그의 저서인 '나의 투쟁'을 읽다보면 히틀러도 히틀러 나름대로 가엽고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히틀러가 유대인 대량 학살에 대한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본인은 알 겨를이 없기 때문에 히틀러의 책임 문제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습니다만, 제 1차 세계대전의 패전 이후의 독일의 상태에 대한 높은 이해와, 당시 독일 사회주의 계열에 대부분의 수장이 '유태인'이었다는 점과, 유태계열이 종사했던 '금융'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속성만 잘 살펴봐도, 단순히 히틀러의 책임이라고 말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고 봅니다.

9. 형법 (Strafrecht)

형법의 역사는 인식론의 역사(규범을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와 그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인식론 분파에서 진행되고 있다면, 형법은 그것을 통하여 어떻게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를 하는 축이라고 보입니다.

포괄적인 형법이라고 적어 놓은 이유는, 형법에도 분파가 많고, 그 분파 하나 하나를 다 살피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법제사쪽을 들으시는것이 좋지 않나 싶습니다.

10. 도덕의 계보 (Genealogie der Moral), NIETZSCHE, F.

아이스퀼로스나 소포클래스의 비극 작품에 대한 책을 넣을까 고민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비극은 상당히 인간적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흔히 거부감을 보이는 것들, 친족살해, 살인, 처벌, 집단 살인, 간통 등과 같은 규범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규범이 없는 인간 집단내에서는 가장 인간 욕구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고 비극에서는 해당 소재를 많이 사용합니다. 사회라는 판넬위에 박제된 개인과, 자유로운 야생 속의 개인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거부감을 주는 동시에 마치 몸을 가리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진 맨 상태의 몸을 상대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은 노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관음?)

니체는 그런 부분을 상당히 잘 잡아냅니다. 잠언 중심의 서술방식이 그의 책에서는 주를 이루고 있는데, 사실 그 맥락을 잡아내는 것은 글의 흐름에서 보통 가능하며, 글만 보고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니체의 말'이라는 책을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니다.) 그의 극적 서술과, 야생의 인간과 박제된 인간간의 구도 같은 것을 확인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의지적인 개인에 대한 논의도 꽤 인상깊습니다. 그 중에 대표작인 도덕의 계보를 추천 목록에 넣습니다.

--------------------------------------------------------------------
1. 저는 페이스북 친구 이주석군에게 지목받았으며 "꼭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 좋은 책을 많이 추천받고 싶기도 해서 감히 지목해 봅니다.. 사전에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죄송하고 바쁘시거나 원치 않으시면,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면 태그 제거하겠습니다.

다음 차례를 지목합니다.

a. 군대에서 여러가지로 잉여한 삶을 보내고 있는 조현준
b. 관점은 좀 다르지만 나름 문학가인 장준영
c. 왠지 시키면 다 할 것 같은 최용원씨
d. 졸업이 한참 남으신 이청명
e. 뭐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기대되는 최정인씨 포함
f. 너가 읽은게 없으니 뭐 쓸게 있겠냐만은 김형섭

p.s 이거 쓰느라고 1시간 씀

p.s 더블 쿼터파운드 치즈버거를 시켰는데 쿼터파운드 치즈버거가 와서 항의를 했더니 더블쿼터파운드를 더블로 해서 보내줌

p.s 이미 과거에 지명된 사람의 경우에는 제외했습니다.

p.s 책 종류를 좀 조절해보려고 했는데, 쉽기 않네요,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