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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종합유추 2015. 10. 20. 00:20

어릴적 내 기억으로는 박정희는 유신헌법의 독재자이기에 만고불변의 망나니였고. 이승만은 서울을 버리고 도망간 역적패당이며 전두환은 29만원의 만능통장을 가진 부정부패의 온상이자 군사독재 깡패고 노태우는 뇌물받아먹은 대통령이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정도. (어릴적만은 아닌것 같다 지금도 똑같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숫자가 꽤 많으니)

나름 국정교과서라는 이름을 가진 책에서는 이것의 입장과는 별개로 그들의 공과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었던 것 같으며, 관련된 기술로는 4.19혁명 및 12.12 사태, 5.18 등 매우 간략하게 발생한 사실에 대한 기술이었을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단어 선정의 기술로 페이지 30정도, 혹은 그 조금 이상 차지하여 기술되고 있는 광복 이후 근현대사에서 그 이상 기대하는것은 무리였을지 모른다.

결국 그 비어있는 공간에 대한 설명은 교과서가 아니라 부차적인 방식으로 채워졌던 것 같은데. 그것은 부모님들의 말씀이나 학습만화 혹은 기타 필독도서라는 이름으로 지정되어 있는 역사 관련 선정도서, 아니면 선생님이 역사시간에 내용을 서술하면서 같이 보여주던 시청각 자료나 아니면 교과를 가르치는 선생님 나름의 해석이었다.

그 정보의 바탕이 되는 자료들에서는 의견대립이란 찾기 어려웠다. 대개 그렇듯 일관되게 기술되어 있으며, 해당 사안들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 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다수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나나 내 친구들은 그것들을 그대로 믿곤 했으며, 그런 믿음들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의견, 혹은 그와 관련한 영화들은 나와 내 친구들의 확신을 더 굳건히 했다.

나를 비롯한 학생들에게는 해당 자료의 타당성을 검증할만한 기회도 부족했으며, 역사를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쌓는 기회도 부족했다. 그저 암기잘하는 학생에게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고 그들 나름의 역사관을 주변 학생들에게 선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는 역사과목 특유의 성격이었으며, 역사를 해석하는 흐름보다는 과학이나 수학 국어등 과목을 더 좋아했던 사람 입장으로는 국사과목은 뒤의 서술될 내용과 확연히 다른 모순을 발생시키는 서두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H.Carr'의 (역사는 무엇인가를 실제로 읽어보았다면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암기할 것만 더럽게 많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만 되면 괴로운 과목이었을 뿐이다.

결국 그런 결과로 지금 머리에 남아 있는 것은 당시 사실 따위는 개나줘버리라 하며 머리속에 남아있는 고대 중세(고려를 중세로 보아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차이가 존재하며 일본역사가들은 중세가 없는 한국의 역사는 불완전하다고 기술하고 있으며, 그들의 입장을 단숨에 부정하며 굉장한 불만을 표출했던 사회과 과목 도형선생님의 외침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 근세의 나름의 방식으로 짜맞춘 조잡하게 완성한 국사의 흐름일 뿐이며. 666 연개소문, 나의 살던 고향은 노래의 흐름에 맞춘 '1876 강화도 82임오 84 갑신정변 85 거문도 86 방곡령 95을미 96 아관 97 대한제국 98 만민공동회' 정도.

결국 그 자리에 내가 무엇인가를 해석해야 하는 것은 없으며, 딱히 그 사실들이 와 닿지도 않았다. 그저 외워야 하는 것들, 내용간의 확실치는 않지만 개연성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내부 서술의 타당성만 검토하면 되는 것이지 실제로 그렇게 해석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이미 개나줘버린 것으로.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건 선생님들의 기술 뿐이었다.

그 가운데 박정희를 비롯한 근현대의 대통령에 대해서 내가 아는건 국가를 파탄낸 역적패당들이었다는 사실 뿐. 그 사람들의 명확한 공과가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역적패당으로 보지 않으면 그들에 대해 서술된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위인들이었을 뿐이다.

뭐 이후의 내용은 대학교와서 사학관련 논문을 보고. 박정희 이승만 전두환을 비롯해 아주 가볍게 서술되고 있는 세계사등 과목에서도, 우리가 배운 가벼운 사실에 대한 기술 조차 합의가 되지 않으면, 소수 입장과 다수 입장이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두 주장 모두 그럴듯한 타당성이 있다는 의미심장하고 희망찬 해피엔딩이기야 하다.

어쨌건, 위와 같은 이유에서 생각해보면 김무성 국회의원이 말한 '올바른 국정 교과서'라는 수사도 미덥지 않지만 그 반대쪽에서 주장하는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박 주장은 (과고나 민사고와 같은 특목고의 사정은 모르니) 일반계고에서 어떤 방식으로 국사가 가르쳐지고 있는지에서 선생님의 주관 등 여러 부차적인 요인들이 국사 교과서에 미쳐왔던 영향 속에서 공부한 자신의 뿌리를 좀체 부정하고 자신이 배웠던 국사는 어째 항상 옳고 타당한 것으로 보는 것 같아 영 미덥지 않은 것이다.

그냥 분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국정 교과서에 다른 출판사 교과서 한개에서 두개쯤 붙여서 하는게 타협의 방안일지 모르지만, 뉴라이트 교과서니 뭐니 하면서 '양심'이라는 이름 하에 그들의 입장에서 통칭 뉴라이트 교과서들을 배우는 학교에서 '우리는 뉴라이트 교과서에 반대합니다.'등의 구호를 붙여가며 배척해낸 사례를 한 두번 본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교과서와 병립시키는 순간 어떤 방법을 써서든 그 교과서를 학교에서 밀어내려고 할 것은 과거 사례를 통해 예측 가능한 것이다.

지금 견해는 비약 조금 많이 더하자면 사학계에서 밥그릇 싸움하고 있는 양세로 보이기야 하는데.

그냥 내 입장은, 국정이니 일반 출판사니 나는 도찐개찐이라고 보니. 그냥 교육 방법을 역사 접근 방법론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교사는 거기서 어떤 대립되는 주장이 있는지 서술해 준 다음에 관련 도서를 추천해주고. 주어진 범위를 주고 내신에서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려 해당 학생이 역사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을 평가하고 그 결론이 어떻게 되었든 그 과정이 타당하면 점수를 준다면 사실 뭔 교과서가 되었든. 역사 교육이라는 그 본분에 맞춰 충실한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뭐 그러려면 이제 교사의 자질 등을 평가하는 임용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 것이고. 학내에서 교사의 정치적 발언이나 입장개진을 줄여야 하는 것이라. 과거 조국교수가 이를 두고 교사의 정치적 발언의 자유등을 똑같은 방법으로 문제시 삼을 것 같아보이나. 뭐 어떻게 하겠나. 옳은 역사에 대한 정의가 일단 가능한지 나는 의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