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추 2015. 9. 18. 09:13
1. 학교가 끝나고 집에가는 길에 은행과 밤을 굽는 아주머니가 계신다. 오늘도 10시 30분에 나와 집에가는길에 입이 어쩐지 심심하여, 3000원 어치 하얀 봉투에 담긴 소량의 은행을 구입했다. 7월 말부터 오기 시작했으니 벌써 2개월 째, 아주머니가 마케팅의 고객관리를 배우셨는지, 은행만이 담겨야 할 하얀 봉투속에 꼬챙이 두개와 굵직한 햇밤 세알을 굴려넣어 주신다.

집에 가는길에 따끈하고 말캉말캉한 하얀 맛소금이 뿌려진 은행을 한 알을 입에 굴려넣고 한 번 씹으면, 은행 특유의 씁쓸한 느낌이 입안 가득 퍼지며 그 뒤에는 은은한 달콤함과 고소함이 퍼져나온다. 특유의 씁쓸함이 불러오는 둔탁한 탄수화물의 맛을 가볍에 소금이 위에 뿌려지니 저음만이 울려퍼지던 입 속에 짭쪼롬한 고음이 울려퍼진다.
 
비록 그 맛이 단촐하기는 하나 하나의 하모니를 구성하는 것은 매일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속에서의 변칙으로, 소소한 재미다.

2. 열심히 풀은 문제는 틀리고 집중하지 않고 직관에 의존한 문제는 맞는것은 썩 불쾌한 일이다. 도대체 나의 무의식에는 무엇이 잠재되어 있는 것이길래, 의식보다 그 효능이 큰가. 물론 맞는것보다 틀리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찍는 확률이 푸는 확률보다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맞는것이 틀리는 것보다야 많다. 

3. 어째 가을이 되니 정신이 멍하다. 머리속에 텅텅 울리는게 마치 저기 길바닥 굴러다니는 짐짝이 내는 소리같다. 분명 머릿속에 많은 것이 들어차는데, 들어찬만큼 소리가 안 나온다.

 비유하자면 턱-턱이 아니라 텅-텅정도. 

 뭐 예전에야 달랐겠느냐! 항상 머리는 텅텅 배때지에 지방은 퉁퉁 불어올랐으니 이는 나의 관리 미숙과 불성실을 징표하는 것이라 늘 그렇듯 대부분의 문제에는 노오력이 부족한 것이다.

4. 요새 머릿속 혼란스럽던 것을 정리하려 시도하고 있다. 그것이 머릿속의 내용이든 혹은 구체적인 형상을 가진 물질이든 가리지 않고 정리하고 있다. 사람간의 관계도 정리하려는 편이고 말의 수도 줄여 최대한 정리하여 말하기에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계절을 타는 만성적 조울증은 계절에 따라 정리하고 흐트러놓고 정리하고 흐트러놓고를 반복하는데, 정리를 하는 시기에는 흐트러놓은 것들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흐트러놓는 시기에는 정리한 것들에 대해서 후회를 한다.

  인간이야 뭐 항상 그렇듯 후회의 동물인 것을, 후회는 필수불가결한 것인데 그것을 두려워해서 무엇하겠나, 후회는 하건데 그 가운데 그나마 결과가 많이 남는 일들을 해야지. 미래에 해야 것들을 하나하나 손에 꼽아본다. 부산 다시가기, 아버지 여행 보내드리기, 아버지 임플란트 해드리기, 법인 입사하기, 법학 박사 들어가기 10년 안에 힘들거 같다. 아니 더 걸릴라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