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비가 오는 날에.

종합유추 2015. 7. 14. 15:51
최근에 과로한 실내생활만 반복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정도를 넘었다. 3~4년전만 하더라도 밖에 비가 내릴 때 비를 의도적으로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비가 내릴 때 그 아래서 비를 맞으면 그 빗방울이 피부를 두드리는 은은한 느낌이 전신에 퍼졌더랬다. 전신을 두드리고 있는 그 빗방울을 느끼고 있노라면 그 빗방울은 마치 손가락으로 누가 나의 온 몸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만도 같다.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는 땅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다보면 그 하늘에서 내리던 바늘과 같은 빗방울은 내 안경을 툭툭 친다. 수 많은 바늘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며 나의 피부를 두드리는 가운데 눈으로 흘러드는 빗물을 느낀 눈이 따가와 눈을 꿈적이며 눈에 들어간 빗물을 훔쳐낼때 느껴진 그 시원함은 무엇이었을까? 눈을 뜨기 힘들어 눈을 껌뻑였지만 마치 그 비는 하늘에서 뜨거운 땅의 열기를 식히는 것과 같이 도서관 2열에서 공부하다 피로로 과열된 나의 몸과 눈을 식혀주는 일종의 탈출과도 같은 눈물의 느낌이었다. 

 기억으로는 어떤 빗물은 눅진눅진하고 따뜻했던 반면에 어떤 빗물은 마치 바늘과 같이 차갑고 딱딱했다. 따뜻하고 차가운, 굵고 얇은 빗방울의 연쇄는 내 몸이라는 도구를 두드리며 마치 하나의 곡조를 연주하는것만 같았다. 머리에 스며들은 빗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릴 때 그 더운 느낌은 마치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얼굴을 적시는듯한 느낌이었다. 머리 속의 상처가 덧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듯이 빗물은 끊임없이 머리 속을 파고들어 뺨과 이마 귀를 타고 흘러내렸다.

 밖에 비가 내린다. 내가 비를 그리워 하는 것은 아마 비를 맞는것이 그립기 때문이기 보다 그 비를 맞았던 3년전의 의욕에 찬 나 자신이 그립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비를 보며 비를 맞고 싶다고 생각하나, 비를 맞더라도 당시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여 비를 보기만 할 뿐 비를 맞지는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비를 맞으면 실망이 있을 것이다.추억속의 3년전의 나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을 비를 맞으면 그 비가 나의 그리움과 동경을 쓸어내리고 실망을 안겨줄 것이다. 나는 그것이 두려워 단순히 비를 동경할 뿐 나가서 비를 맞지는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매번 비가 내리는 하늘을 바라볼 때 나는 과거의 나와 간헐적 재회를 행한다.

 지금 밖의 하늘에는 그 날의 비가 내리고 있다. 나는 지금 저 비내리는 거리를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싶다. 3년전 나를 만나고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