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질.
1. 팬질은 왜 하는 것인가? 팬덤은 왜 만들고 왜 그들은 조공까지 바치는가?
2. 개인적으로 좌석이 1만석에서 2만석 가까이 될 때 직관이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건지 궁금하다. 어차피 사람들로 둘려쌓여 보이지도 않을 실황중계라면 굳이 녹화본을 집에서 틀어놓고 감상해도 좋지 않겠는지.
3. 클래식 공연이라면 모를것이다. 그런데 하나에서 둘 정도의 가수의 공연에 참여자가 수만에서 수십만에 달하면 굳이 녹화본을 보는것만 못할것 같은데.
...4. 공연장의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공연장에 간다면 굳이 비싼돈 주고 공연보러 갈 이유가 뭘까. 차라리 홍대입구가 그 기분을 즐기기에는 더 효율적일것 같기야 하다만
5. 사실 이것보다는 같은 사람이란것을 알면서도 왜 사람들은 유명인을 보고 만나며 악수하는 것에 환호하는가?
6. 어렸을 때부터 어떤 가수에 대한 광적 집착을 보이는 팬덤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는 이런 광적인 집착을 선호가 대상을 지향하고, 선호에 대한 소유욕으로 설명해보려고 했는데. 이것은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왜일까, 왜 소녀시대 티파니 태연이 나오는 것에 열광을 하고 exo에 열광을 하는가?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사람들이 보이는 외견에 열광을 하는가? 주변에 잘만 뒤져보면 더 종합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많고, 실제로 본적도 만나본적도 없으며 그들의 성격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도 없는, 그런 앎을 가질 수 없는 것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일종에 잘 포장된 컨텐츠에 대한 열광인가 아니면 막연한 군중심리인가. 잘 포장된 컨텐츠라.. 아마 이게 더 맞지 않겠나. 그들의 선호에 맞는것을 제시하여 덜 익은 소유욕을 자극하는 그런 것?
7. 실제로 티파니를 사인회에서 만나더라도 아마 만난 사람은 티파니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고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혹여나 흘려들리는 뜬 소문들에 귀기울이며 스스로의 오성으로 티파니의 성격과 생각등을 자신의 긍정적인 선호를 기반으로 환상적인 여성과 같은 것을 짜 맞출 뿐이다.
정말 티파니가 뭐 하는 여성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공상속에서 짜 맞추고 만들어낸 티파니가 정말 티파니일 뿐이다. 그런 개념을 티파니를 관찰할 때 티파니에게 덧 씌우고 각자 자신들만의 착각과 이상속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들려오는 찌라시 소문들에 의존하여 티파니를 평가하며 나쁜 소문이 들려오면 좌절을 하거나 좋은 소문이 들려오면 자신의 신념속 대상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참고로 난 티파니가 누군지 모른다.)
그렇다면 아이돌이라는 말은 적확하다. 그들은 우상이다. 마치 나의 마음속과 내 옆에 있는자의 마음속에 있는 그 신이라는 개념이 합일하지 않고 별도로 존재하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신을 대한다.
자신의 신념을 무엇인가의 대상에 덧 씌우고 대상을 찬양한다.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고하든 승진을 하게해달라고 하든 중요하지 않다. 나의 신은 그것을 해줄테니까.
마찬가지로 나의 아이돌은 그것을 보여주고 해줄테니까. 나의 아이돌에 대한 찬양을 통하여 아이돌은 자신의 선호를 만족시켜줄 것이니까.
8.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돌을 대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일개 사람에서 자신의 이상을 꿈꾸며 숭배하고 사랑을 보낸다. 이는 마치 고전적인 주술적 제의와 같아 보인다.
공연장이라는 작은 한 공간속에 얼마나 많은 수의 팬들이 자신의 소망을 아이돌에 투영시키고 자기들만의 주술적 제의를 하고 있던가. 그런 별개의 팬들의 결합이 팬덤이라는 이름으로 공통되어보이는 지향을 아이돌에게 보내고 있던가.
공연장이라는 곳은 결국 동상이몽을 위한 광신의 공간이다. 수만 혹은 수십만 앞에 놓여있는 우상. 일개 가수 혹은 가수들의 모습.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 그들이 마치 무엇인가를 해내고 이루어줄것만 같은. 자신이 바라던 그 모양인마냥 보이는 그런것과 같은. 그런 집단적 주술의 제의속에 하나가 되는 것이다.
마치 원시 부족의 신을 향해 지내는 제사와 같아보인다.